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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사례

1심이 징역 6년을 정한 이유, 항소심이 3년으로 고친 이유

여덟 개 죄명으로 법정구속까지 이루어진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사건에서, 1심 판단의 근거를 하나씩 지워 나가 형기를 절반으로 낮춘 사례입니다.

아청법 항소심 감형

Ⅰ. 사건의 개요

시작은 휴대전화 채팅이었습니다. 의뢰인은 무작위로 상대를 연결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에서 열여섯 살 학생을 알게 되었고, 서울을 구경시켜 주겠다는 말로 지방에 살던 학생을 불러올렸습니다.

그 뒤 벌어진 일에는 여러 법조가 붙었습니다. 미성년자를 속여 관계를 가진 부분, 성착취물에 해당하는 자료를 만든 부분,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한 부분이 각각 죄가 되었고, 수사가 이어지면서 또 다른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혐의까지 드러났습니다. 죄명은 모두 여덟 개였습니다.

1심은 합의 없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선고는 징역 6년이었고 의뢰인은 그 자리에서 구속되었습니다. 가족이 변호인을 찾아온 것은 그날이었습니다.

Ⅱ. 사건 쟁점

1심이 6년을 정한 근거는 판결문에 드러나 있었습니다. 상대가 미성년자라는 점, 죄명이 여덟 개에 이른다는 점, 일부 혐의를 끝까지 부인하였다는 점, 피해자로부터 아무런 용서를 받지 못하였다는 점, 그리고 다시 같은 일을 저지르지 않으리라 볼 근거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 가운데 앞의 둘은 바뀔 수 없습니다. 상대의 나이도, 적용된 죄명의 수도 이미 정해진 사실입니다. 남은 셋은 의뢰인의 태도에 관한 것이므로 항소심에서 달라질 여지가 있었습니다.

다만 조건이 있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을 뒤집으려면 1심 당시에 없던 사정이 새로 생겨야 합니다. 같은 자료를 다시 내면서 형이 무겁다고만 말해서는 판결이 바뀌지 않습니다. 결국 선고까지 주어진 기간 안에 나머지 세 근거를 지워 낼 수 있는지가 이 사건의 전부였습니다.

Ⅲ. 강창효 변호사의 조력

변호인은 1심이 든 근거를 하나씩 겨냥하여 자료를 준비하였습니다.

일부 혐의를 부인하였다는 지적에 대하여

1심 법정에서 의뢰인은 공소사실의 일부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태도가 형을 무겁게 만든 사정 중 하나로 판결문에 적혔으므로, 변호인은 여기서부터 출발했습니다. 항소심 첫 기일을 앞두고 의뢰인은 그동안 다투던 부분까지 전부 시인했습니다. 시점이 늦었다는 이유로 그 의미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재판부는 뒤늦게라도 태도를 바꾼 사람과 마지막까지 버틴 사람을 같게 보지 않습니다. 게다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대에게 건넬 사과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습니다.

용서를 받지 못하였다는 지적에 대하여

피해자 측의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았습니다. 변호인은 형사공탁을 권하였고 의뢰인은 2,000만 원을 맡겼습니다. 합의가 안 되더라도 갚으려는 뜻을 서류로 남겨 두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뒤 피해자와 부모 모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며 선처를 바란다는 서면을 법원에 냈습니다. 1심에서 비어 있던 항목이 채워진 것입니다.

여기에 한 사람이 더 힘을 보탰습니다. 별건으로 조사를 받았던 다른 상대가 자기 손으로 글을 써 법원에 냈습니다. 이 사람은 1심 때에도 벌을 주지 말아 달라는 뜻을 밝혔던 이였는데, 결국 6년이 선고되었다는 말을 듣고 다시 한번 관대한 판단을 부탁한 것입니다.

재범을 막을 근거가 없다는 지적에 대하여

다시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항목만큼은 제3자가 확인한 문서로 답해야 했습니다. 구금 생활 중에도 의뢰인은 한 달 남짓 전문 기관의 심리상담 과정을 이수하며 성에 대한 뒤틀린 인식을 교정받았습니다. 그 뒤 치른 재범위험성 검사에서는 위험도가 가장 낮은 구간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검사지에는 유사한 전력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 자신이 한 일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 비슷한 상황이 다시 와도 같은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이유로 기재되었습니다.

돌아갈 자리도 함께 보여야 했습니다. 부모는 아들이 구속된 뒤 아홉 달 동안 주말과 공휴일을 빼고 거의 매일 구치소를 찾았고 횟수는 168회였습니다. 아버지는 신장암으로 한쪽 신장을 떼어내고 치료받는 중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탄원서에는 아들이 나오면 한집에 살면서 다시는 법을 어기지 않도록 가르치겠다는 다짐이 적혔고, 어머니는 아들과 함께 피해자들에게 속죄하며 살겠다고 적었습니다.

Ⅳ. 결과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의 형이 지나치다는 것이었습니다. 원심판결은 그대로 깨졌고 새로 정해진 형은 3년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1심이 붙였던 신상정보 공개와 고지 명령까지 떼어 냈습니다.

공개와 고지를 떼어 낸 근거는 두 가지였습니다. 이전에 같은 종류로 처벌받은 적이 없어 앞으로 위험하다고 잘라 말하기 어렵다는 것, 그리고 형을 살고 치료 과정을 마치는 것만으로도 그 목적은 충분히 달성된다고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1심 판결문에는 그 형이 정해진 이유가 적혀 있습니다. 항소심에서 다툴 대상은 바로 그 이유이며, 바꿀 수 없는 항목과 바꿀 수 있는 항목을 갈라내는 일이 먼저입니다. 다만 바꿀 수 있는 항목을 채우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고 항소심에 주어지는 기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1심 결과가 나온 직후에 방향을 잡으셔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