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사례
징역 6년 구형에 맞서 집행유예를 받아낸 강간치상 사건
약물과 촬영이 함께 문제된 구속 사건에서, 검찰이 중형을 구한 근거 하나하나에 대응하는 자료를 갖추어 실형을 면한 사례입니다.
Ⅰ. 사건의 개요
의뢰인은 알고 지내던 여성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몰래 먹였습니다. 강간에는 이르지 못하였으나 정신을 잃은 상대를 촬영하였습니다.
검찰이 적용한 죄명은 강간치상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카메라등이용촬영 세 가지였습니다. 의뢰인은 구속된 채 재판을 받았고 구형은 징역 6년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사실을 모두 인정하였습니다. 다툴 것이 없었으므로 변론의 전부는 형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에 달렸습니다.
Ⅱ. 사건 쟁점
검찰이 6년을 구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 약물을 이용하여 상대를 무력하게 만든 방식이 무겁게 평가되었습니다. 강간치상죄에서 상해는 넓게 인정되어 약물로 인한 의식 상실도 여기에 들어가고, 강간이 미수에 그쳤더라도 상해의 결과가 있으면 이 죄가 적용됩니다. 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에서 시작합니다. 둘째, 마약류와 불법촬영이 함께 기소되어 가장 무거운 죄를 기준으로 가중이 이루어졌습니다. 셋째, 그때까지 피해 회복을 위해 이루어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앞의 두 가지는 사실관계에 속하므로 손댈 수 없습니다. 남은 것은 셋째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셋째가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집행유예는 선고형이 3년 이하일 때만 붙일 수 있는데 강간치상의 하한은 5년입니다. 재판부가 작량감경을 하여 2년 6월까지 내려야 비로소 여지가 생기고, 작량감경은 합의와 반성, 전과의 유무, 범행 후의 태도를 함께 보아 판단됩니다. 결국 남은 기간 안에 이 자료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가 사건의 전부였습니다.
Ⅲ. 강창효 변호사의 조력
변호인은 구형의 근거에 하나씩 대응하는 자료를 준비하였습니다.
피해 회복이 없다는 지적에 대하여 — 접촉을 멈추지 않다
형을 정하는 데 가장 무게가 실리는 것은 피해자와의 합의입니다. 변호인은 선임되자마자 피해자 측 대리인에게 연락하여 사죄의 뜻을 전하고 이야기할 기회를 청하였습니다. 답은 단호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사과의 뜻을 거듭 전하고 조건을 바꾸어 다시 제안하는 일을 이어갔습니다.
반성이 형식적이라는 평가에 대하여 — 내용으로 증명하다
의뢰인은 구치소에서 여러 차례 반성문을 썼고 배우자도 피해자에게 보내는 사과문을 작성하였습니다. 변호인이 살핀 것은 분량이 아니라 내용이었습니다. 틀만 갖춘 반성문은 재판부가 금세 알아봅니다. 의뢰인과 몇 번이고 이야기를 나누며, 자기 행동이 상대에게 남긴 상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가 문장에 배어 나오도록 하였습니다.
합의가 없다는 사실에 대하여 — 공탁으로 대신하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동안에도 재판은 앞으로 갑니다. 변호인은 법원에 형사공탁을 하였습니다. 공탁이 합의와 같은 효력을 갖지는 않으나, 갚으려는 마음이 말에 그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서류로 남길 수 있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조건에 대하여 — 선고를 미루다
그러는 사이 선고기일이 코앞에 왔습니다. 변호인은 합의를 위한 마지막 기회를 달라며 기일을 미루어 줄 것을 청하였고 재판부가 받아들였습니다. 그 기간에 마침내 합의가 성사되었고, 피해자는 의뢰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까지 밝혔습니다. 구형의 세 번째 근거가 선고 직전에 사라진 것입니다.
Ⅳ. 결과
재판부는 합의와 처벌불원 의사, 의뢰인의 반성과 피해 회복 노력을 참작하여 작량감경을 하였습니다. 징역 6년이 구형된 사건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었고 의뢰인은 실형을 면하였습니다.
구형의 근거 가운데 사실관계에 속한 부분은 바꿀 수 없습니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범행 이후의 태도뿐이고, 그것도 선고 전까지만 가능합니다. 이 사건에서 마지막 한 가지가 제때 채워질 수 있었던 것은 그전까지 반성문과 공탁으로 진정성을 쌓아 두어 기일 연기를 청할 명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강간치상은 법정형만으로 실형이 예정된 죄명이며 다른 죄가 함께 기소되면 벽은 더 높아집니다. 사실을 다툴 수 없는 사건일수록 무엇을 언제까지 갖추느냐가 결과를 가르므로, 가능한 한 이른 시점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시기 바랍니다.